우리는 사과가 좋아요: 애플-친화적 연구실

저는 미국의 카네기멜론 대학교를 다니다가, 운이 좋게도 AI 연구원 소속으로 여름방학 동안 UX랩에서 인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애플 제품들이 해외에서는 매우 많이 쓰이는 만큼, 저 또한 애플 인프라에 익숙하다고 자부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특히 아카데미아 같은 곳에서는 애플의 제품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서울대학교 UX랩에 출근하게 된 첫 주 목요일, 저는 랩미팅에서, 적어도 한국에서는 처음보는 광경을 마주했습니다. 무려 열 명이 넘는 랩실원들의 노트북이 모두 맥북이었던 것입니다. 랩미팅 때 사용되는 발표 자료도 모두 맥 전용 PPT 툴인 키노트를 사용하여 만들어졌고 발표 또한 apple TV에 미러링해서 하고 있었죠. 이후에도 두 달 간 인턴으로 출근하면서, UX랩이 얼마나 애플 친화적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 공동작업을 키노트로?

저와 같이 인턴 생활을 시작한 잭슨(가명)은 애플 프렌들리한 사람이 아닙니다. 핸드폰은 갤럭시, 노트북도 윈도우 운영 체제를 사용하고 있죠. 같은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저와 잭슨은 구글 오피스를 활용하여 공동 문서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보던 랩장 님은 저희에게 말하셨습니다. “아, 슬랙에 올린 키노트 링크 들어가면 저희 공동작업 가능해요. 거기서 작업 이어서 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그러자 잭슨은 오열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맥이 아니라구요!’ 라며.

하지만 여기서 함정은 잭슨에게도 아이패드가 있다는 것입니다. “잭슨, 아이패드로 하면 되는데요? 애플끼리는 다 되니까요.” 그렇습니다, 이 랩에 있는 모든 인원들은 노트북이 애플이 아니라면 적어도 아이패드 하나쯤은 갖고 있는 것입니다.

원래 애플 유저였던 저조차도 애플 티비에 미러링하는 기능이 이렇게 편한 것인지 몰랐었습니다. 그리고 맥북에서도 꿋꿋하게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를 설치해서 쓰던 저는, 인턴 생활을 하면서 맥의 기본 프로그램들이 얼마나 더 공동 작업에 있어 편리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안쓰던 애플 운영 체제의 다양한 기능을 사용하면서 우리가 사용자로서 주어진 기능들을 얼마나 잘 못 활용하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답니다.


- 만약 애플 제품이 없다면?

물론 애플 제품이 없어도 충분히 괜찮습니다. 워크플로우에는 방해가 되지는 않기 때문이죠. 다만 발표할 때 남들과는 다르게 젠더 변환기를 써서 TV에 연결을 한다든지, 공동 작업을 내 노트북에서 못한다든지, 무엇보다도 다른 랩원들의 “애플 사세요, 두번 사세요” 를 듣는다는 것만 감안한다면 괜찮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차피 랩에 오게 된다면 애플 제품을 꼭 하나씩은 다 사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새로 입학한 대학원생들은 모두 새 맥북을 장만해서 들어온다는 전설이 내려져 오기도 하지요.




작성자: 박재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