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 듣는 금쪽이를 만들다.



보통 보이스 에이전트를 떠올리면, 시리나 빅스비처럼 똑똑하게 답해주는 아이들이 생각날 거에요. 하지만 저희가 만든 보이스 에이전트는 조금 다릅니다. 오히려 말을 못 알아먹는, 고집불통 금쪽이를 만들어야했거든요!

아니, 스마트하게 답하는 게 중요한 보이스 에이전트 필드에서, 역으로 금쪽이를 만든다고? 싶겠지만, 로보틱 ‘아트’ 프로젝트라서 그렇습니다.

저희는 현 시대의 반지성주의를 표현하고자 전시를 기획하기로 하였고 이에 맞게 이상한 상식을 가진 봇이 필요했습니다. 그렇다면 설계도 더 쉬웠을까요?
절대 아닙니다.묘하게 고집부리는 봇을 만들기 위해서는 ‘너무 헛소리’만 해도 안 되고, ‘너무 맞는 말’만 해도 안되기 때문이죠.

저희가 만든 첫 프로토타입은 100개 질문에 대한 답을 준비했습니다. 100개나 되니, 그래도 괜찮게 작동하지 않을까? 싶어 여러 사람들을 통하여 한번 시험해 보았어요. 그런데 저희의 의도와는 너무 다르게 모든 질문에 대하여 ‘처럼’이나 ‘이랑’ 같은 조사만 입력을해도 비슷해도 답을 했습니다.
예를들면 ‘돈까스 소스 추천해줘’라는 질문에서 ‘추천’이라는 키워드를 캐치하여, ‘와인 추천하는 법’을 알려주는 식이었거든요. 고집을 부리는 금쪽이 보다는 말귀를 못 알아듣는 금쪽이에 가까웠어요.

조금 더 연관된 답을 하도록 하고, 등록되지 않은 질문에 대해서도 답하게 하도록 저흰 수정을 시작했습니다. 우선은 카테고리화를 시도했어요. 관람객이 물어보는 질문의도를 인간관계인지, 자기계발인지 정도만 파악하도록 하고, 해당 카테고리의 아무 방법이나 말하게 했습니다. ‘엄마랑 싸워서 고민이야’라는 질문에 ‘차갑게 행동하는 법’을 알려주면서 답이라고 우기는 거죠. 확실히 처음 100개의 답 중에서 랜덤으로 답할 때보다는, 어떤 의도가 있어서 답을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또, 굉장히 똑똑한줄 아는 금쪽이는 못알아 듣는 질문에 대해서는 웹 크롤링을 통해 대답할 수 있도록 보완했습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남들과 다른 금쪽이를 만드는 일은 일반적으로 알고있는 스마트한 봇을 만드는 것보다 더 복잡했어요. 어떤 고집을 부리게 할 건지 정하는데에도 한~ 세월이 걸렸습니다. 그치만 언젠가, 스마트한 에이전트 말고도 고집을 부리거나, 마이너한 성격의 봇들과도 대화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기도 했어요. 마치 사람 도서관처럼요.

많은 사람들이 이 친구와 대화하며, 얘 좀 이상한데? 왜 자기 말만 맞는다고 하지? 고집쟁이네! 라는 느낌이 들면 좋겠습니다. 그게 오히려 저희에게는 성공이니까요!

작성자: 노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