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청소기 가출사건”
어느날 저녁, 퇴근하고 집에 막 도착했는데 연구실 카톡방으로 속보 하나가 들렸습니다.
‘쟤 탈출해요..’
로봇청소기가 연구실 문이 열린 틈을 타 복도로 진출해버린거죠.
혼자 계시던 연구원님이 번쩍 들어서 연구실로 다시 옮겨와 주셔서 로봇청소기는 더 멀리 가지는 못했습니다.
또 활보할까봐 다급하게 챗으로 ‘로봇 청소기 집으로 돌아가’라고 명령을 넣었습니다.
로봇청소기가 얌전히 집으로 돌아간것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랩실에 처음 로봇청소기가 오던 날, 모두 다른 어떤 가전보다 기대에 찬 눈으로 청소기를 바라봤습니다.
LG 프로젝트를 위한 가전기기에 불과하던 청소기는 시간이 갈 수록 다른 존재가 되었습니다.
충전대에서 말을 하고, ThinQ앱과 연동해 ‘띠리링’ 소리를 낼때마다 모두가 작고 동그란 이 초록 물체에 주목했습니다.
과연 어디까지 청소할 수 있을지, 어떤 능력이 있을지 두손 모아 기다렸죠. 마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어린아이를 보듯이요.
로봇청소기는 생각보다 똑똑하고 생각보다 허술했습니다.
첫날 연구실 안을 돌아다니며 실내 구조도를 직접 그리는 모습에 모두가 놀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책상 밑에 들어간 뒤 나오질 못하는 모습을 보고 어이없는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아침에 청소하라는 루틴을 만들어 뒀더니 의자 사이에 혼자 들어가 낑낑대다가 출근한 연구원님에게 구출되기도 했습니다.
가끔은 졸음이 내려앉은 연구실에 긴장감도 불어넣습니다.
(타자소리만 들리는 연구실에 기계 목소리가 울리면 꽤나 무섭습니다)
이제 실수도 눈감아 줄 수 있을 정도로 귀엽고 모자란 식구가 됐습니다.
로봇청소기처럼 모자란 인턴에게 홈IoT 관리자라는 막중한 직책을 주셔서 재미있게 지낼 수 있
었습니다. 두달 간 감사했습니다!
Writer: 권민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