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UX랩의 정체성을 묻거든 고개를 들어 ‘책장’을 보게하라




타인의 책장은 그 사람에 대해 많은 걸 말해줍니다.

그래서 저는 누군가의 집에 놀러 갈 때는 물론, 카페에 가서도 책장이 보이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가요. ‘이 공간의 주인은 어떤 책을 읽을까?’ 하고요. 잡지를 중심으로 채워 둔 카페와 소설이나 시집을 꽂아 둔 카페는 공간의 분위기부터 음식, 나아가 취향의 결까지 완전히 달라 보이죠.

UX Lab의 책장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어요. 얼핏 봤을 때부터 다채롭다고 느꼈지만, 자세히 보니 IT 서적부터 물리학, 생물학, 언론정보학, 공상과학 소설,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까지, 거의 모든 분야의 책이 꽂혀 있더군요.
이 책장은 UX Lab이 기술을 단선적으로 다루지 않고, 여러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접근하려는 곳임을 보여줘요. 동시에 데이터로 드러나는 현상 너머의 맥락과 통찰을 끌어내려는 태도도요.

두 달 동안 AI Agent를 이용해 HCI 디렉토리를 개편하는 과정에서도 사람에 대한 관심은 여전했어요. 최근 몇 년 간 LLM에 익숙해진 사용자는 질문을 던지고 정보를 정리 및 구조화하는 요청에 능숙해졌지만, 행위성을 지닌 Agent에게는 사뭇 다른 종류의 요청이 적절하죠. 따라서 저희는 Agent의 기술적 특성을 이해함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Agent에게 ‘잘 시킬 수 있을지’ 다각도로 고민하며 Agent를 설계해 나갔습니다.

그 과정은 결국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융합적인 관점에서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을 연구하는 랩의 정체성을 깨닫는 여정이었어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의 흐름 속에서, UX Lab의 책장만큼이나 복잡다단한 존재인 사용자는 어떻게 재정의되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사람이 겪는 문제에 집중하는 UXer의 태도를 익힐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귀한 경험하게 해주신 교수님과 연구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Writer: 황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