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나요, 시켜본 적




UX랩에서 2달간 인턴을 하며 맡게 된 과제는 HCI 연구실 디렉토리의 Catalog to Agent화, 줄어서 d_C2A 프로젝트였습니다.
기존의 HCI 디렉토리는 HCI 키워드와 정확히 일치하는 연구실을 찾거나, 학교, 연구실 이름같이 간단한 검색만을 제공한다는 한계가 있기에, 에이전트화를 통해 기존 디렉토리의 페인포인트를 해소할 방안을 모색하는 프로젝트였죠.

에이전트의 개념을 학습하던 저는 우리가 설계하는 AI 에이전트의 역할은 무엇인지, 사용자들은 에이전트에게 어떤 역할을 기대하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선생님께서 인턴들에게 과제 하날 주셨는데, 바로 ‘시키기’ 였어요.
이 과제인즉 “우리에겐 모두 노예(?)근성이 있고, 과업이 주어지면 무조건 스스로 하려고 하지 남들에게 부탁하지 않는다, 그러니 시킬 줄 알아야 한다.” 였습니다.

우리는 시키는 것에 익숙치 않으니 만능 비서가 있다고 생각하고 시키기 연습을 하라는 것이었죠. 그러고 보니 평소에 우리가 무언갈 시킬 줄 모른다는 건 대상이 사람에서 에이전트로 변한다해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었습니다. 에이전트에게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판단’하려면, 잘 ‘시켜볼’ 줄 알아야 하는 것이었던거에요.

결국 주말동안 익명의 랩 연구원님을 붙잡고, 번거로운 일, 하기 싫은 일, 대신 해줬으면 좋겠는 일을 시켜보았습니다. 그러고 나니 어렴풋이 에이전트의 역할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감이 잡혔습니다. 에이전트의 역할은, 사람들이 자기의 목표를 잘 표명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UX랩에서의 독특한 과제를 통해, 사용자를 이해하는 것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내가 한 사람이 되어 무언가를 더 잘 시킬수록 그 사람이 귀찮아 하는 건 뭔지, 어떤 기준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Writer: 도훈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