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랩에서 집으로 가는 퇴근길 저니맵 그리기
쉐어하우스 건물 1층의 리빙랩인 “혼자잘살기 연구소”로 출근한 지 일주일째 되는 날, 교수님께서 저를 포함한 인턴 두명과 학부생 두명에게 특별한 과제를 내주셨어요. 리빙랩에서 집까지의 퇴근길 저니맵을 만들어오라는 것이었죠!
리빙랩으로 이사하게 되면서 여학생들끼리 출퇴근 길이 조금 무서워졌다는 이야기를 한창 나누던 때라, 저는 이 과제가 매우 시기적절하고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답니다! 과제가 던져진 후, 각 인턴들과 학부생들은 저만의 방법으로 출퇴근 길을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한 인턴을 Trello를 이용해, 다른 학부생 두명은 사진과 메모를 이용해, 저는 동영상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면서 보았던 길과 느꼈던 감정을 기록하기 시작했답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저희들은 각자의 관찰이 깃든 저니맵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열띤 디스커션을 나눈 후, 저희들은 왜 리빙랩으로 출퇴근하는 길이 가끔 무섭다고 느껴졌는지, 저희를 불안하게 만들었던 요소들과, 안전감을 느끼게 만들었던 요소들을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었어요!
불안 요소: 리빙랩 주변이 무섭게 느껴졌던 이유
- 적은 사람의 수 (암묵적 감시자의 부재)
- 어두운 빛 (듬성등성하고 넓게 퍼지지 않는 불빛의 가로등, 불 꺼진 창문 등)
- 좁은 폭의 골목 (낯선 사람과의 거리를 둘 수 없음)
- 거리에 주차된 차들과 어두운 지상 주차장 (잠재적 위험 요소가 숨을 곳이 많아 보임)
안전 요소: 집 주변이 안전하다고 느꼈던 이유
- 많은 사람의 수 (길 위의 사람들, 떠드는 소리)
- 밝은 빛 (은은한 불빛의 가로등, 불 겨진 창문 등)
- 트인 공간 (위험 요소가 숨을 곳이 별로 없고 낯선 사람과 거리를 둘 수 있음)
- 늦게까지 활발한 상가 건물 (소리와 빛을 생산)
- 안전장치 (경비실, CCTV 등)
- 명확한 주변 사람들의 신분 (단지 내 사람들의 잠옷 차림, 퇴근하는 회사원들의 사원증 등)
어떤가요? 어떤 요소들은 당연해 보이기도 하고, 또 어떤 요소들은 생각지도 못할 만큼 사소하기도 하죠? 과제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쳤을 요소들을 세세하게 관찰하고 확인해볼 수 있었던 아주 재미있는 과제였답니다. 문제점을 파악하는데 있어 관찰력이 얼마나 중요한 능력인지 느낄 수 있는 경험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