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T Austin에서 오신 이수영 교수님과의 만남 “이제는 ㅋ형 교육의 시대!”

오늘은 12월 셋째주에 있었던 아주 특별한 랩미팅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일주일 전, 그러니까 12월 19일 오전 랩미팅이 한창 진행되던 오전 11시쯤이었을까요. 활기찬 에너지로 가득찬 한 분이 리빙랩 문을 두드리며 등장하셨는데요. 바로 얼마전 미국 미시건 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 U-M)에서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UT Austin)로 자리를 옮기신 이수영 교수님이셨습니다. 학교 밖을 뛰쳐나온 저희 리빙랩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도 살펴보시고, 학생들에게 조언도 해주실겸 UX Lab을 찾아주신 것이었죠.

모두들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먼저 이수영 교수님의 삶의 궤적에서부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박사학위를 받았던 2000년 이후로, 웹서치 회사를 잠깐 거쳐, U-M에서 15년간 교수생활을 하시고 올해 여름부터 UT Austin으로 옮기게 되셨다고요. 오랫동안 머물렀던 U-M을 떠나며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UT Austin의 iSchool에서 새로운 도전을 꿈꾸신다고 하셨습니다. 긍정 에너지와 열정으로 가득찬 이수영 교수님과 함께할 UT Austin의 학생들이 살짝 부러워지는 순간이었어요.

이수영 교수님께서 살아오신 이야기와 더불어 연구도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었는데요. 교수님께서는 연구원(researcher)으로서의 자아도 본인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두 가지 관심 연구 분야에 대해서도 짤막하게나마 소개해주셨어요. 바로 정보 추구 과정에서 정보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방식(information credibility assessment)학습으로서의 검색(search as learning)이었는데요. 두 가지 분야에서 이수영 교수님은 그야말로 대가셔서, Google Scholar에서 저 키워드를 치면 교수님의 이름이 가장 상위에 뜨고, 각 논문의 피인용수도 1,000에 육박할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교수님께서는 “나는 아직도 궁금한 게 너무 많아요. 아직까지는 연구가 너무 재미있기도 하고요”라고 말씀하시면서 연구의 열정을 불태우고 계셨습니다. 그 모습이 정말 존경스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해서, 저희 연구원들은 이날 반성을 많이 했답니다.

전반부 살아오신 이야기를 지나서, 후반부에는 본격적으로 교수님의 U-M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iSchool 지형의 변화, 융합연구/교육에 대한 인사이트, 앞으로의 비전 등에 대해서 말씀해주셨습니다. 모든 내용을 다 담기에는 지면이 좁아(?) 이 블로그 포스트에서는 몇 가지 인상적인 이야기만 간단히 소개해볼까 합니다.

처음 iSchool의 근간은 정보학(information science)이었지만, 시간이 지나 많은 학교가 생겨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학교마다 지향점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전통적인 방식처럼 정보학 쪽으로 연구나 교육의 깊이를 더해가는 학교도 있었고, 컴퓨터 공학(computer science)의 관점에 더 집중하는 학교도 생겨나게 되었죠. 혹은 나름대로의 균형을 맞춰가려는 학교도 있었구요.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빅데이터, 데이터 사이언스 등 컴퓨터 공학적 접근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각 학교들이 새로운 지향점을 설정하는 데 많은 영향을 주게 되었습니다. 트렌드에 따라 공학적 관점을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가기도 하고, 오히려 전통적인 방향을 더 지켜야 한다는 방향으로 가기도 하는 것이죠. 어쨌든 이러한 변화들이 전체적인 iSchool 지형 변화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수영 교수님께서는 이러한 환경 변화를 언급하시면서, 본인이 교수진(faculty member)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허심탄회하게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이수영 교수님께서는 그 고민의 결과 중 하나로,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던 “ㅋ”형 교육 모델을 소개해주셨습니다. 어쨌든 교수님께서는 U-M에 계실 때부터 iSchool 교육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셨다는 점을 말씀해주셨는데요. HCI/UX/정보학을 포함하는 iSchool 교육은 그 근간이 학제적(interdisciplinary)이기 때문에, 사실 딱 맞는 교육 모델을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죠. 아마 많은 분들이 T자형 인재에 대해 들어보신 기억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이 모델들은 한 우물을 깊게 파는 전통적 모델인데, 융합 교육에서는 여러 분야를 가르치기 때문에 이 모델에 부합하지 않게 되는 거죠. 이런 딜레마에 빠져 여러 가지 고민을 거듭하시다가, 이수영 선생님께서는 “ㅋ”형 교육 모델을 생각하게 되셨다고 합니다. 사실 교수님께서 “ㅋ”형이라고 말씀하시진 않았는데, 이 모델을 본 저희 연구원들이 “ㅋ”를 떠올려 이렇게 이름을 지어보았답니다.

어쨌든 이 모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먼저 Literacy가 가장 기본이 됩니다. 다양한 주변분야에 대한 감각을 획득하여, 수많은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협업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되는 것이죠. 다음으로 Competency는, 전공이 필요로 하는 기본 소양의 확보를 이야기합니다. 단순히 특정 분야에 대해 ‘들어봤다’ 수준을 넘어 기본적인 지식, 방법, 스킬 등을 획득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Mastery는 Competency를 바탕으로 자기만의 연구주제를 형성하고 새로운 연구를 할 수 있음을 뜻합니다. 다시 말하면, 이 교육 모델은 자기 분야의 수월성을 전제로 주변분야의 리터러시를 확보하는 것이 학제적 연구 분야에서 필수가 되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인데요. 실제로 융합 교육을 받고 있는 많은 학생들이 이 모델에 대해 크게 공감하면서,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습니다. 아무래도 교육의 현장에 있는 학생들이 기존 교육 모델에서의 딜레마를 가장 크게 겪었기 때문이겠죠? 교육 현장뿐만 아니라 산업계에도 이러한 융합 인재/교육 모델이 확대되기를 기대하며 토론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야기가 끝난 후에는 피자를 먹으며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하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학생들의 삶과 연구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주시며, 진솔하게 조언을 해주신 덕에 훈훈하게 이날의 랩미팅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작성자: 김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