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온 탑

막내온탑?

아이돌 그룹에서 막내가 연령이 높은 멤버에게 장난을 스스럼없이 잘 치고 가끔은 놀려먹기도 하는 현상을 나타내는 신조어. 하극상을 비꼬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그룹의 분위기가 편하고 멤버들이 잘 해준다는 뜻. (출처: 나무위키 ^^;;)



‘막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나요? 형제자매 중 막내 말고, 회사나 군대 같은 조직에서의 막내요. “막내야, 커피 좀 타 와라!” 같은 왠지 익숙한 멘트처럼, 세상 모든 막내들은 30분 일찍 출근해서 믹스커피를 타며 허드렛일을 하고 있을까요? 여러분의 ‘막내 경험’은 어떤 것이었나요?

적어도, 매 2개월마다 새 인턴이 들어오는 유엑스랩에서만은 막내가 상전입니다. “인턴 분들은 얼른 가세요!” 라는 말이 평일 저녁 6시를 알리지요. 인턴은 초과근무를 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 늘 야근 중인 연구원분들의 작별인사를 받으며 퇴근을 했습니다. 꿀같은 워라밸!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값졌던 것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석사 과정 연구원을 끌고 나와 함께 춤을 추는 모습
Dancing Maknae

저는 학부 3학년까지만 마치고 인턴 연구원이 되었기 때문에 연령상으로도, 신분상으로도 유엑스랩의 막내였는데요, 두 달 전에 쓴 포스팅에서 유엑스랩 사람들이 막내에게 주는 애정어린 관심에 대해 서술한 바 있었죠. 새로 이사한 연구실 라운지에 마침 스마트TV가 들어왔길래 게임기를 챙겨왔을 때도 어김없이 엄청난 관심(과 놀림…)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재밌어 보이죠?

짐작하셨겠지만 막내에게 눈치나 부담을 주지 않는 분위기라 점심시간에 연구실에서 춤도 추고, 일하다 막히는 게 생기면 누구든 붙잡고 질문하는 게 가능했어요: “장표 목차 짜 봤는데 진행 전에 검토 좀 부탁드려요” 라든가, “방금 설명해주신 거 무슨 뜻인지 제대로 이해를 못 했어요” 처럼요. ‘관심’ 포스팅에서 말했듯 과제나 업무를 할 때는 늘 석사과정(사수) 선배들, 최종적으로는 교수님께도 첨삭과 피드백을 받아서 방향을 잡아나가죠.

갑작스레 막내가 되면서 적극적으로 도움받으며 일을 배워 나가는 게 무척 새삼스럽고 낯설게 느껴졌는데, 생각해 보니 대학에 온 이후로 공부를 할 때 모르는 것은 구글링해서 해결해 왔더라고요. 혼자서 정 못하겠다 싶으면 과목을 드랍(수강철회)했고요. 그러다 보면 배움에 소극적으로 변해, 시험에서 틀린 문제가 있어도 그냥 틀렸나보다 하면서 덮어 두게 되지요.

이런 식으로 공부를 하는 게 좀 위태롭다고 생각할 때쯤 유엑스랩의 막내가 되었기에, 인턴 기간이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때보다도 발전적이라고 느꼈습니다. 학교에선 답안지를 제출하고 나서 성적을 받으면 그것으로 그만이지만, 여기선 내가 놓친 부분을 파악한 후에 다시 작성할 기회가 주어지니까요.

얼마 전 학과 동기 친구를 만나, 이런 이유들로 인턴 생활이(정확히 말하자면, 막내로서의 배움이) 얼마나 짜릿(?)한지를 공유하니, 친구는 “야, 학부 교육이 그렇게 돼야 하는 거 아니니!” 하며 통탄해 하더군요.

그리고 정말 공교롭게도, 온라인 교육 플랫폼 개편 프로젝트 중 시험과 평가 영역 개선을 업무로 할당 받게 되었어요. 이에 몰입할 수 있었던 건, 풍부한 피드백의 효과를 이곳에서 체감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Being Maknae in UX Lab은, 조직의 단순 말단 경험이 아니라, 일종의 교육이자 학습경험이라는 결론으로 포스팅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교수님을 비롯한 유엑스랩 구성원 분들께 4개월 동안 부족한 저를 밀어주고 끌어주신 데 대하여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 들어오실 인턴분들—new maknaes—께도 응원의 말씀을 전합니다!

작성자: 배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