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을 나온 랩

랩실 구조를 생각하면 여러분은 보통 어떤 구조가 생각나시나요?

칸막이가 쳐진 조용한 독서실, 벽을 보고 앉아있는 구조? 랩 마다 다르다는, 소위 ‘랩바랩’이겠지만 이곳 UX Lab은 특히나 보통 생각하는 구조는 아니었습니다.
2개월 간의 짧은 시간 동안 이곳에서 지내면서 저는 적어도 이곳 UX Lab만큼은 일반적인 딱딱한 사무실 형식의 랩실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인턴과 연구원들이 섞여서 옹기종기 앉아 있는 지금의 모습은 모두의 의견과 제안을 검토해서 나온 모습이기 때문인데요, 인턴인 저도 이 과정에 참여하면서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돌이켜보니 다른 곳에서는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신림 원룸촌 사이의 리빙랩 그리고 캠퍼스 안의 랩실이라는 특이한 구성을 가진 UX Lab은 올해 3월부터는 관악 캠퍼스 18동에 새롭게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페인트 냄새가 남아있는 방안에 새 가구와 기존에 사용하던 가구들이 들어오니 어쩐지 삭막한 풍경이었지만 어떻게 해보기도 전에 지정석에서 각자가 맡은 일을 부지런히 하다보니 어느새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말았습니다.

어느 순간 저희는 지정석에서 일도 하고 밥도 먹으면서 나름 잘 지내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서 그랬을까요? 지정석이 아닌 곳을 바꾸기도 애매한데다가 한정된 가구들로 할 수 있는 것은 얼마 없었기에 적응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안주할 수는 없기에 랩실에 새로운 가구들이 들어오는 날 본격적으로 삭막함을 탈피하고 더 나은 상태로 랩실을 바꿔보고자 여러 의견을 모아보았습니다.


Keynote에 연구실 면적에 비례하도록 가구들을 그려넣고 해체주의적인 배치, 실험적인 배치, 전형적인 연구실 배치, 모여있는 배치 등 다양한 의견을 내고 화면을 공유하며 피드백을 했습니다.
이 제안이 왜 괜찮다 생각하는지, 왜 좋지 않은지, 정녕 이게 최선인지 등 분석하며 전략을 짜듯이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주고 다수결에 따라 지금의 배치를 얻게 되었습니다. 특히 목적에 따라 공간을 분리하면서 이런 저런 배치를 하면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이건 너무 독서실인 것 같은데?”
“더 해체주의적인 느낌은 어때?”
“다른 랩실은 어떤 구조더라?”
“그럼 이 책상을 이렇게 옮기면 어때?”

‘더 나은 상태’의 공간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과정에 모두가 공평하게 피드백도 하고 제비뽑기로 좌석을 지정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인턴인 제게도 한 표가 주어졌어요!)

효율만을 따질 수도 있는 공간에서 좀 더 편리하고 편안한 느낌을 낼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을 받으며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전보다 더 나은 상태로 만들기 위해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를 엿볼 수 있었네요. 각자의 생각을 수평적으로 이야기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보람찬 경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