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큼은 이곳이 바로 광화문 광장!


여기 이제 갓 한 달이 된 UX 랩 여름 인턴이 있습니다.
시간은 점심시간인 12시를 지나기 조금 전입니다. 마침 프로젝트 회의가 끝난 모양입니다. 회의실에서 팀원들과 함께 나와 랩에 있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군요. 인턴의 자리는 벽에 붙은 자리로 대각선 맞은편에는 같은 팀 PM을 마주보고 있습니다.

인턴은 조용히 자리에 앉아 노트북 화면을 보며 생각합니다.

‘…’

사실 아무 생각 없습니다. 그저 한 달 동안 익숙해진 동작으로 ‘google scholar’를 검색창에 입력합니다. 인턴이 UX랩에 무사히 적응했다는 증거죠.

그 순간.

“와아아!!!”

아니, 이것은 분명 경기장에서 나는 함성 소리입니다. 소리가 난 곳은 인턴의 대각선 맞은편입니다.
모니터 너머로 마주친 눈꼬리가 아주 어색하게 올라가 있군요.

잠시 후.

음소거를 하려고 했는데 왜 소리가 났는지 모르겠다며 얼떨결에 미끼를 던진 PM과, 냉큼 미끼를 물어분 두 팀원과, 옆자리에서 조용히 할 일을 하던 랩장이 모여, 작은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8강 응원단이 결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인턴은 그 중 누구보다도 이 상황에 빠져있군요.

“김희진 선수 울지 마요…”
“우는 거예요? 안 우는 것 같은데요?”
“어, 그러네요.”

저런. 과몰입했군요.

어느새 스코어는 14 대 13. 한 점만 더 내면 한국이 터키를 이기고 4강에 진출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말도 안 되게 멋진 김연경 선수의 스파이크!!!

어느새 뒤에 서서 이 기록적인 순간을 담던 팀원의 핸드폰의 화면이 흔들립니다. 화면 속은 환호성으로 가득합니다. 평소엔 키노트와 논문 pdf로 가득한 데스크탑이 오늘만큼은 광화문 광장의 전광판 같습니다.

인턴은 빨개진 손바닥으로 열렬히 박수를 보냅니다. 이 모든 일이 방금까지도 리서치를 반복하던 랩실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더욱 즐겁다는 것을 인턴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수가 이벤트가 되는 이 곳에서 앞으로 남은 한 달 동안 또 다른 이벤트가 생기기를 내심 기대할 것입니다.


과연, 어땠을까요?

UX랩의 전광판인 슬랙(Slack)에 올라간 현장의 모습.

작성자: 권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