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을 통해 이별을 배우다...

미련이 남아 차마 삭제하지 못하고 접은 수많은 아이디어들…

너를 잊을 순 없지만 붙잡고 싶지만
이별 앞에서 할 수 있는 건
좋은 기억이라도 남도록 편히 보내주는 일…
“Timeless” - SG워너비



2021년 올해 사람들의 마음속 추억에 불을 지핀 가수,
SG워너비의 “Timeless”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사용자 경험 연구실에서 왜 갑자기 사랑 노래냐구요? 왜냐하면 인턴으로 근무한 두 달 중 한달 반 동안 무려 25개의 아이디어들과 절절한 이별을 경험했거든요.

작년 스피커그리드 프로젝트의 연장선에서 시작했던 저희 스피커그리드v2 팀은 “쉐어원 내 입주민을 연결하는 챗봇 서비스”의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기 전 기술적 가능성을 보기 위해 프로토타입 챗봇을 제작하려 했는데, 바로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1) 재미있고 데일리하게 쓸 수 있으며, 2) 사용자의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고, 3) 사용에 따라 데이터가 강화되는 챗봇 서비스를 떠올리기가 상당히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팀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하나하나 발전시켰던 아이디어들을 몇개 소개해 드리자면 점심 메뉴 추천 챗봇, 재택 중 안부 전달 챗봇, 연구실 문의 챗봇, 맥주 추천 챗봇, 그리고 서로 흥미로운 트렌드 키워드를 주고받을 수 있는 챗봇까지… 정말 많은 챗봇 아이디어들이 제안되고 개발되고 기각됐습니다. 그리고 기각될 때마다 프레젠테이션에서 눈물과 함께 해당 슬라이드들을 접었습니다.

노래 가사처럼 그들을 잊지 못하고 붙잡고 있었던 것이죠. 당시에는 깨닫지 못했지만, 미련이 가득 담긴 슬라이드들을 남긴 채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지 못했던 것은 당연한 결과였을 것 같아요.
결국 두 달의 끝무렵인 지금, 처음 프로젝트 목표와는 전혀 다른 방향의 “이전에 없던 형태의 (위의 세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챗봇 서비스”를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결과를 고착시키지 않고 더 나은 기획을 위해서 끊임없이 회의하고 고민하는 사용자 경험 연구실에서의 경험을 통해서 저는 진정한 이별을 받아들일 줄 아는 이별장인이 되었습니다. 이제 곧 또다른 이별이 다가오는데 우리 모두 좋은 기억으로 이별하고 미래에 다시 만나기를 기대해봐요. 모두 감사했습니다 :)

작성자: 유지수